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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이 걸을 만한 비가 내리는 날 / 문현식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6. 10. 13:16
우산 없이 걸을 만한 비가 내리는 날 / 문현식
우산을 펴지 않고 걸어가는 길
만나자는 말에 대답하지 않은 날
골목 끄트머리에서 혼잣말이 소곤소곤 저절로 나오는 날
- 너
- 그거 알아
- 사실은
얕게 고인 물 살짝살짝 밟으며 걷는 길
은행잎에서 은행잎으로 발 옮기며 걷는 길
촉촉한 머리카락이 기분 좋은 날
갈 곳 없이 걸어도 기분 좋은 길
우산 없이 걸을 만한 비가 내리는 날.
[문현식 '팝콘교실'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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