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목도 / 이종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5. 28. 13:35

목도 / 이종민

 

타워크레인이 돌아간다

연기를 뿜으며 상승하는 로켓

팔짱을 끼거나 손차양을 하거나 카메라를 든 군중

한곳을 보고 있다

 

매연이 하늘을 뒤덮는다 사방이 뿌옇다

서 있었다 보고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모자를 쓰고 나왔다 아침도 거른 채 두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혼잡한 도로 위에서 세시간이나 보내고

 

연막이 걷히자 구름 하나없이 말끔한 하늘

팔짱을 푼 사람 손으로 눈을 가린 사람 카메라를 떨어뜨린 사람

날아가는 로켓을 보고 있었다 쏘아 올린 구체를 보기 위해 아이들과 이곳에

 

그런데 로켓은 어디 있지

말없이 고개를 들고

로켓의 종착지는 어디야

누군가 물었다

대답을 못하고 하늘

그냥 하늘, 했다

 

그뒤로 로켓을 보지 못했다

로켓은 우리를 본다

 [이종민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창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