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품다 / 유선철
4월을 품다 / 유선철
어디로 떠났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던
그녀가 돌아왔다, 4월의 초입에서
두 볼이 말랑말랑한
앳된 모습 그대로다
단숨에 들쳐업고 그늘로 들어가서
머릿칼 빗어주며 휘파람 불어본다
까르르 자지러지며
산은 허리 젖히고
안부도 못 전하고 잊고 산 날 많았는데
바람의 길목에다 등을 환히 밝혔구나
꽃보다 숨결이 더운
너를 와락, 껴안는다
(시집 ‘슬픔은 별보다 많지’, 작가, 2024)
[시의 눈]
나 하마터면 4월을 잊을 뻔했습니다. 아니, 온 산을 찾았지만 시뻘건 산불로 잿더미만 남겼더군요. 바닷가에서도 ‘4월아!’를 연거푸 불렀지요. 하지만 유조선 기름덩이에 그녀는 숨도 쉬지 못했어요. 혹 옛 어머니의 빈집인가도 했지요. 한데, 눈꼽 낀 길양이만 흘끔거릴 뿐이었어요. 우리 밭이 있던 가새골에 이르렀습니다. 억새들이 마구 흙바람에 휘날릴 때 뭐에 잠깐 홀렸지요. ‘바람의 길목’일까요. 어릴 때 아버지가 심은 백목련이 ‘등을 훤히 밝’힌 채 서 있지 않겠어요. 그 하얀 꽃 넘어 더운 순이의 숨결도 끼쳐 왔습니다. 난 순간 팔을 뻗었어요. 아, 머리칼 향내가 안겨져 왔어요. 그녀가 ‘까르르’ 허리를 젖힙니다. 순간, 나는 그 허리를 툭 분지릅니다. 저런! 그런 긴 말랑 빵이 생각나는 4월이군요. 유선철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나 201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조집 ‘찔레꽃 만다라’(2020)를 펴냈습니다. 제5회 천강문학상 대상, 제4회 정음시조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시적 대상에 활달한 상상력과 깊은 서정의 옷을 입히며 시천주(侍天主)를 만나게 하는 시인이지요. <광주매일신문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