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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표정 / 김유태 시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3. 25. 06:16

돌의 표정 / 김유태 시인

 

여덟 번째 날 신(神)은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인간의 얼굴을 돌 속에 묻어 두었다 다시 봄이다 그 얼굴을 보러 온 듯 오지 않은 듯 바람 한 점이 가끔 꽃잎, 꽃잎으로 다녀간다 달빛 아래서 오래 울고 있는 푸른 돌 하나
- 김지율 '푸른 돌-순장' 전문

성서엔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8일째 되던 날 창조주가 만들어낸 건 '고독'이었음을 주장하는 깊은 시다. 그날 하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이 아무도 보지 못한 표정 몇 개를 가슴에 묻고 산다는 걸 우리는 살며 깨닫는다. 그렇다. 누구나 명치에 돌 하나쯤 얹고 걸어가는 게 인생인 것이다. 삶이 가끔 덜거덕거릴 때 우리는 그 고독한 표정을 꺼내 보곤 한다. 시를 읽고 나면 등산길에 만난 이끼 낀 돌 하나, 바람 부는 봄날의 꽃잎 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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