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서 / 손택수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무심코 건너려던 강을 차마 건너지 못할 뻔했습니다. 미끄럼 지치려던 두 발을 무르주춤 모았습니다. 어린 당신을 업고 건너던 아버지의 등인 줄 몰랐습니다. 한 줌의 재로 떠내려갔어도 겨울 강의 갑옷이 되어 등 내밀고 있을 줄을 몰랐습니다. 무심히 건너려던 그 강을 유심히 건너겠습니다. 가지런히 모았던 두 발을 힘차게 지치겠습니다. 쾅쾅 굴러도 보겠습니다. 봄바람에 얼음 강 풀리도록 내 아버지 등이라 우겨도 보겠습니다.
[서울경제신문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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