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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수저 / 이선영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1. 26. 07:21

어머니와 수저 / 이선영

 

어머니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
어머니가 그것을 주워드신다

내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
어머니가 다시 그것을 주워드신다

내가 부주의하게 떨어뜨린 수저의 개수만큼
허리를 굽히신 어머니

 

이선영의 시 「어머니와 수저」는 “어머니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어머니가 그것을 주워드신다”는 흔히 있는 평범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떨어뜨린 수저를 직접 줍는 행위는 ‘스스로 감당하는 삶의 태도’를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어머니가 다시 그것을 주워드신다”는 것이다. 화자가 수저를 떨어뜨릴 때, 어머니가 대신 허리를 굽히시는 일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불편함을 대신 짊어지는 존재, 즉 “대신 고생하는 사랑”의 형태로 묘사되고 있다.

“내가 부주의하게 떨어뜨린 수저의 개수만큼/허리를 굽히신 어머니” 이 마지막 행은 단순히 수저를 줍는 횟수가 아니라, 어머니가 평생 자식을 위해 허리를 굽혀온 시간과 희생의 횟수로 읽힌다. 시적 화자는 문득 그 사소한 행동에 담긴 헌신을 깨닫게 되고, 그 깨달음이 잔잔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 시 「어머니와 수저」는 이처럼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통해 ‘어머니의 삶 전체’를 응축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린다’는 단순한 행위는 곧 세대 간의 관계, 돌봄의 구도, 그리고 삶의 무게로 확장된다.

‘떨어뜨린 수저’를 어머니가 반복적으로 주워드는 장면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반복적으로 감당해온 삶의 수고와 희생의 습관화를 상징한다. 식탁에서 떨어뜨린 수저 하나가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떨어뜨린 자신의 수저를 직접 주워 드시지만, 내가 떨어뜨린 수저는 늘 어머니가 대신 주워 드신다. 익숙한 일이라 그동안 무심히 넘겼지만, 시를 읽는 동안 그 단순한 동작 하나가 어머니의 삶 전체로 다가오게 한다.

허리를 굽히는 어머니의 동작 속에는 한평생 자식을 위해 몸을 낮추고 희생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어머니가 나를 위해 늘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어찌 떨어진 수저뿐이랴! 내 실수와 게으름, 어리석음까지도 어머니는 묵묵히 주워 오신 셈이다. 내가 부주의하게 흘린 것들만큼 어머니의 허리는 조금씩 굽었을 것이다.

이 시는 단 몇 줄의 일상적 이미지로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 ‘수저를 줍는 행위’가 곧 ‘사랑의 형상’이 되며,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조용히 우리 삶을 지탱해왔는지를 깊이 일깨워준다.

[여성소비자신문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