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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과 하이드 / 전 숙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1. 5. 06:31

독설과 하이드 / 전 숙

 

유배지에서 섬이 된 플라스틱
그것들의 종착지는 슬프게도 바다였다
바다는 모든 종들의 고향이었다
그렇게 고향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다
모든 종들은 플라스틱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플라스틱 무덤에 묻혔다
출생이 곧 무덤인 영생의 삶이 반복되었다
지킬 박사는 떠나버린 미래였다
플라스틱으로 재구성된 혀는 침묵했다
(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 시와 사람, 2025)

[시의 눈]
세계의 바다는 미세플라스틱이란 독설로 지배당하고 있다. 생명력 가득한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가 날카로운 독설에 병들고 지쳐가고 있다. 한 때 ‘미래의 재료’로 화려하게 등장한 그의 야심과 감언이설에 속아 그 겉 향기에 푹 빠져있다가 늦게야 속음을 알고 허둥지둥 언어를 정화하려고, 살과 뼈 깊숙이 전이된 독기를 빼내려 눈물겨운 치유의 싸움을 시도하고 있다. 독설의 시작은 놀라운 혁신과 편리함에서 시작됐다. 실제 그 편리함의 향내와 단맛에 중독되고 잔뜩 취해 살아왔다. 플라스틱은 돌변했다. 감춰둔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류의 고향인 바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야심은 온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드는 것. 스스로 몸을 부스러뜨리고, 깎고, 쪼고, 마모시켜 바다에 흘려보내기로 한다. 맑은 노래를 품었던 바다는 폭력의 독기에 오염되어 독설을 내뱉는다. 지킬의 플라스틱이 하이드의 플라스틱으로, 지킬의 바다가 하이드의 바다로 변신을 강행한다. 생명의 바다가 하이드의 무차별 폭력에 충격을 받는다. 선한 자아가 악한 자아에 지배되고 가스라이팅돼 독을 품는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출생이 곧 무덤인 영생의 삶이 반복되는 파멸을 시인은 경고한다. 에베레스트 정상부터 심해 해구까지 덮는.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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