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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자 / 문충성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2. 8. 06:09

피 말리는 자 / 문충성

 

너를 팔아 세상을 산다 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내 속에서 피 말리는 자
나는 네게서 나를 벗어나고 싶다
깊은 밤 홀로
깨어 우는 울음 죽이고
저승으로 이어지는 너의 어둠을 두들긴다
- 문충성 '시'

나에게서 나를 떼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영원의 형벌 같지만, 동시에 세상을 다 준대도 결코 건넬 수 없는 보석이 바로 나이기도 하다. 때로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가끔 스스로가 타인으로 느껴질 때 이 시를 떠올려보자. 나는 나의 타인일 수 없는 마지막 인간이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영혼의 투쟁' 없이 깊어질 수 없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내면의 어두운 방 하나쯤은 만들어둬야 한다. 혹독한 겨울이면 그곳만이 안온해진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