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 박소란
'위에서 물 떨어져요'
메모를 발견하면서 문득 고개를 젖히면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천장에 번진 얼룩, 어느 겁 많은 눈에서 난 눈물처럼
잊고 지낸 나를 떠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위험해요 어서 자리를 피해요!
다급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찾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마셨을 뿐인데
차는 금세 식어버리고 어디서 냉기가 흘러든 건지
나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어서, 어서,
무섭지만 조금은 다정한 것도 같습니다
이토록 염려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중얼거리면서
얼룩은 아까보다 커져 있습니다 점점 더 커지겠는데
점점 더 어두워지겠는데
바깥 풍경은
지도에도 없는 해안선을 그리고
부서진 자갈과 모래를 알수 없는 곳으로 실어 보냅니다
바다는 내내 잠잠합니다
물에 대해
언제고 닥칠 약속에 대해 생각하면서
얌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어버린 차를 홀짝이면서
메모의 조그만 글씨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미안, 많이 느젔죠?
누군가 이리로 걸어오는것 같습니다
[박소란 '수옥' 창비 2024]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 저녁 오리들은 뭘 먹지 / 고형렬 (0) | 2025.12.08 |
|---|---|
| 세워둔 연못 / 안도현 (0) | 2025.12.08 |
| 노랫가락의 울림 / 두목 (0) | 2025.12.05 |
| 쌀을 쏟고는 / 김남극 (0) | 2025.12.03 |
| 가을이 다녀간 자리 / 미선 (0) | 202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