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시골에 있는 숙에게) / 신경림
신새벽 일어나
비린내 역한 장바닥을 걸었다
생선장수 아주머니한테
동태 두 마리 사 들고
목롯집에서 새벽 장꾼들과 어울려
뜨거운 해장국을 마셨다
거기서 나는 보았구나
장바닥에 밴 끈끈한 삶을,
살을 맞비비며 사는
그 넉넉함을,
세상을 밀고 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생각느니보다 삶은
더 크고 넓은 것일까,
더 억세고 질긴 것일까.
네가 보낸 편지를
주머니 속으로 만지면서
손에 든 두 마리 동태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숙아, 나는 걷고 또 걸었구나,
크고 밝은 새해의 아침해와
골목 어귀에서 마주칠 때까지
걷고 또 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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