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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시골에 있는 숙에게) / 신경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1. 20. 06:43

편지

  (시골에 있는 숙에게) / 신경림

 

신새벽 일어나

비린내 역한 장바닥을 걸었다

생선장수 아주머니한테

동태 두 마리 사 들고

목롯집에서 새벽 장꾼들과 어울려

뜨거운 해장국을 마셨다

 

거기서 나는 보았구나

장바닥에 밴 끈끈한 삶을,

살을 맞비비며 사는

그 넉넉함을,

세상을 밀고 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생각느니보다 삶은

더 크고 넓은 것일까,

더 억세고 질긴 것일까.

네가 보낸 편지를

주머니 속으로 만지면서

손에 든 두 마리 동태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숙아, 나는 걷고 또 걸었구나,

크고 밝은 새해의 아침해와

골목 어귀에서 마주칠 때까지

걷고 또 걸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