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를 숨 쉬다 / 노향림
제주바다를 끌어안은 채
겨울 칼바람을 견디며 서있는 그를 보았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눈속에서도
자홍색 만개한 으름덩굴이 제 어깨를 감싸 안아줄 때까지
제 몸속 코르크가 큰 혹덩이로 자라나기까지
혹으로만 숨 쉬는 혹느릅나무,
나는 뿌리 드러난 그의 언발을 슬며시 만져보았다
단단하기만 했다
무엇을 위해 그는 제 몸속 감옥을
저처럼 견디고 있는 것일까
노란 무늬 잎이 새로 돌아날 때쯤
싱싱한 생각들을 밤새 켜놓고
제 몸속에 불꽃 환하게 피울 날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는 혹을 키우며 서 있을 거다
아니 날아다니고 있을 거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밤이면 꿈속처럼
나는 제주 바닷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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