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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를 숨 쉬다 / 노향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1. 12. 06:50

느릅나무를 숨 쉬다 / 노향림

 

제주바다를 끌어안은 채

겨울 칼바람을 견디며 서있는 그를 보았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눈속에서도

자홍색 만개한 으름덩굴이 제 어깨를 감싸 안아줄 때까지

제 몸속 코르크가 큰 혹덩이로 자라나기까지

혹으로만 숨 쉬는 혹느릅나무,

나는 뿌리 드러난 그의 언발을 슬며시 만져보았다

단단하기만 했다

무엇을 위해 그는 제 몸속 감옥을

저처럼 견디고 있는 것일까

노란 무늬 잎이 새로 돌아날 때쯤

싱싱한 생각들을 밤새 켜놓고

제 몸속에 불꽃 환하게 피울 날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는 혹을 키우며 서 있을 거다

아니 날아다니고 있을 거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밤이면 꿈속처럼

나는 제주 바닷가 하늘을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