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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 강성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1. 11. 06:56

기차를 타고 / 강성은

 

기차를 타고 갔다 그날도 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먼나라의 죽은 가수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갔다 버스를 타고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늦은 밤 이어폰을 끼고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연이어 달려갔다 화장한 언니들이 담벼락에 구토했다 모두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버스를 타고 갔다 페달을 밟으면 눈송이같은 별들이 쏟아졌다 눈을 감아도 떨어질 곳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음악에 실려갔다 어디로 가니 밤이 내게 물었다 좋은 냄새를 찾아서 신의 요람으로 음악에 실려갔다 맨발로 뛰어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 레일을 이탈하고 싶어 기차는 맨발로 이 밤을 지나 혹한의 시베리아를 지나 꽃잎을 밟고 유령들을 싣고 혼자서 질주한다 태양과 달을 지나 은하계를 가로질러 보이지 않는 레일의 끝을 향해 누군가 폭발물을 설치했으면 좋겠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모두 시체 나쁜 냄새들이야 맨발로 뛰어갔다 파도에 훱쓸려 갔다 무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