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 김수우
이번 생은 수천 생을 바쳐 받아낸 훈장입니다
아무렇게나 달아도 달각달각
떨리며 풍경 소리를 냅니다
진창을 거너온 수천 얼굴이 맴을 돕니다
내가 녹색 바다를 마시면 삼엽층이었음을 압니다
고생대 적막을 떠돌던 홀씨 시절을 기억합니다
어두운 동굴에 닿던 구석기 초승달이 선명합니다
호루스의 눈과 자주 마주치던 이집트 노예였습니다
화산이 가라앉고 바다가 산이 되어도
모든 날에 내 주소는 지금, 여기
당신이었습니다
쉽게 칠한 에나멜처럼 반짝이지 않습니다
시간의 꽃가루를 털어내면
구릿빛 노을이 드러나는 훈장
이제 경전이 되었습니다
한장 넘길 때마다
일렁이는 당신 그림자
녹처럼 묻어나는 무시무시한 내 심장 , 거미줄 총총합니다
긴, 긴, 대책 없는 무지와 가난과 슬픔으로 꿰어낸
안데스 소슴기가 밴 이 훈장
한때 내 어머니였던, 언젠가 나의 어머니가 될
당신, 그 쓸쓸함에 달아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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